[위클리 서울] “전기 아낀다면서 대낮에 불은 왜 이렇게 밝게 켜놓았냐구요?”

 
 
“전기 아낀다면서 대낮에 불은 왜 이렇게 밝게 켜놓았냐구요?”
<마을공동체 탐방-74회> 동작구 ‘성대골 마을공동체’
 


서울시가 뉴타운과 재개발사업의 대안으로 ‘마을공동체’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도심 곳곳의 마을들이 새 단장에 분주하다. <위클리서울>은 도심 속 새로운 주거형태로 떠오르고 있는 마을공동체를 집중 취재하고 있다. 이번호에는 동작구 상도동의 ‘성대골 마을공동체’를 찾았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 장승배기와 신대방삼거리 사이 성대시장 골목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5만여 인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주택가가 펼쳐진다. 상도3, 4동을 아우르는 이름 ‘성대골’은 예로부터 봄이면 복숭아꽃이 흐드러지던 동네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에너지자립마을로 각광을 받고 있는 이곳은 많은 지자체의 모범이 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이곳이 에너지자립 시범마을로 선정되기 전인 2009년 성대골 사람들은 이미 마을공동체의 첫 싹을 틔웠다. 초등학교는 부족하고 맞벌이 가정은 넘치던 이곳에 아이들을 함께 키우자는 의미에서 ‘성대골어린이도서관’을 만든 것이다. 에너지자립마을의 꿈도 이곳에서 잉태됐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를 계기로 주민들은 에너지 문제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에너지 절약이 곧 에너지 생산’이라는 철학을 담은 ‘성대골 절전소 운동’이 시작됐다.

어린이도서관 벽에는 각 가정에서 절전한 양만큼 새로운 전기를 생산했음을 알리는 대형 막대그래프가 붙어 있다. 절전소 운동에는 50가구와 착한 가게 10개가 참여, 매달 5000킬로와트를 절약하고 있다. 착한 절전 경쟁으로 한 달은 민이네가 ‘절전의 여왕’, 한 달은 준이네가 ‘절전의 왕자’가 되기도 하면서 절전 막대그래프는 즐겁게 시소를 탄다. 인근 장승중학교, 국사봉중학교 두 곳과 어린이집까지 확산된 절전소 운동은 에너지 위기에도 적응력과 회복력을 갖춘 강인한 미래세대를 길러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서관 벽에 붙여진 수많은 그래프들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아이디어가 아니다. 공부하고, 토론하고, 결심하면서 만들어진 공간이다. 일명 ‘착한에너지킴이’들이 각 가정에서 줄인 전력량을 마을 전체의 절약 수치를 나타내는 커다란 도표에 차곡차곡 쌓았다. 그렇게 1년을 주민이 함께 노력한 결과 2012년 한해에만 모두 3만5000킬로와트를 줄일 수 있었다. 

현재엔 총 70개의 절전 그래프가 붙어 있다. 마을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전력사용량을 보면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다른 마을에서 필요하다고 하면 절전 그래프를 만들어 나누어 주기도 한다. 아이 손을 잡고 와서는 절전소의 의미를 설명하고, 함께 그래프를 붙이고 가는 부모님도 있다. 또 절전소에 참여하러 왔다가 다른 집에 비해 전력소비량이 많은 것을 보고는 창피하다며, 좀 줄인 다음에 오겠다는 이들도 있다. 절전소의 또 다른 장점은 무엇보다 마을에서 에너지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꽃을 피우게 했다는 점이다.

서울시 환경대상 영예도…

2012년 초만 하더라도 각 지자체마다 탈핵에너지 전환도시 선언이 이어졌다. 그러나 당시엔 동작구가 명단에 없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이때 착한에너지킴이들은 “반드시 동작구도 탈핵에너지 전환도시에 참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리고 구청장에게 제안해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 간담회가 열렸다. 그 결과 동작구가 ‘탈핵에너지 전환도시’ 선언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당시 서울시에선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어요. 어린이도서관에선 성대골 절전소 활동 동영상을 만들고 ‘원전하나줄이기’라는 피켓을 만들기도 했죠. 주민들과 아이들의 등장만으로도 워크숍 분위기가 환해졌고,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이 성대골의 왕팬이 되기도 했어요.”

성대골의 절전소 운동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착한에너지킴이들도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이들은 1년간 국사봉중학교의 환경동아리 수업을 맡기도 했다. 어린이도서관장 이미숙 씨는 “강의만 듣던 사람들이 갑자기 강의를 해야 한다니, 에너지 책을 씹어서 먹을 정도로 공부하고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년 동안 수업을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쏟았지만 그만큼 보람이 있었죠. 공동체가 성장하는데 큰 힘이 되었거든요. 교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성과는 태도와 행동이 변화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한 동기가 필요했어요. 착한에너지킴이들도 강좌나 워크숍만 진행했더라면 지금처럼 활동가로 성장할 수 없었을 거예요. 도전할 과제가 생기고 함께 힘을 모아 해냈을 때, 그리고 그 일이 성공하는 경험을 공유할 때 팀워크가 형성되는 것이죠.”

도서관 운영진 15명이 공동출자를 해서 마을학교를 만들기도 했다. 상도3동 주민들의 소원이었던 초등학교 만들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먼저 해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 결과 만들어진 게 방과후대안학교다. 공간을 임대하고 주민 손으로 학교를 꾸몄다. 오후 2시부터 6시까지는 마을 아이들의 다양한 활동 장소로 사용되고, 오전이나 야간에는 소모임이나 에너지교육 및 체험, 특강 등이 진행됐다. 

입소문이 나면서 마을의 다양한 행사(생일파티, 송년파티 등)에 사용하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이후 마을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도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다. 어린이 도서관에 이어 마을학교라는 제2의 거점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2012년엔 성대골어린이도서관이 서울시 환경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미숙 관장은 “에너지 절약운동과 절전소 문화 확대에 기여했다는 공로로 수상했다.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성대골 공동체가 더욱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에너지 운동을 하게 된 기회가 되었다”고 자평했다.

‘에너지 슈퍼마켙’?

성대골엔 특이한 ‘슈퍼마켙’이 하나 있다. 과자, 음료, 아이스크림 등을 파는 곳이 아니다. 슈퍼마켙 안엔 발광다이오드(LED) 전구, 뽁뽁이라 불리는 단열 에어캡, 베란다 난간에 달 수 있는 소형 태양광 발전기 등이 진열돼 있다.
슈퍼마켙 주인 김소영 씨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물품과 효율을 높여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물품을 파는 가게”라고 소개했다. 말 그대로 ‘에너지 슈퍼마켙’인 것이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서울에서 에너지 자립을 꿈꾸며 만들어진 곳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키워오다, 지난해 협동조합 ‘마을닷살림’을 설립하고 올해 초 서울 동작구 상도동 성대시장 안에 에너지 슈퍼마켙을 열었다. 

“부가세 세율이 10%인 것을 감안하면 1억5000만원 가량이 7평 남짓한 에너지 슈퍼마켙을 통해 거래됐다는 것이죠. 가게 규모를 생각할 때 놀라운 매출을 기록한 것입니다.”

“처음엔 모두들 에너지 슈퍼마켙이란 개념을 생소해했어요. 그런데 6개월 정도 시간이 지나 슈퍼마켙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에너지 자립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이른바 ‘에너지 전시 교육장’이 됐죠. 지난 1분기 에너지 슈퍼마켙의 부가세는 0원이었지만 2분기에는 1480만원을 기록했어요.” 

이곳 슈퍼마켙을 처음 찾는 사람들은 “전기를 아낀다면서 대낮에 불은 왜 이렇게 밝게 켜놓았나요?”라고 묻곤 한다. 슈퍼마켙의 형광등이 태양열 에너지로 작동된다는 걸 모르는 것이다. 이로써 한국전력과의 인연도 끝난 셈이다. 

김 씨는 “처음 문을 열 땐 한전의 전기를 끌어다 썼다”며 “그런데 태양열 에너지가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한전의 전기가 필요 없게 되었다”고 밝혔다. 

“에너지 슈퍼마켙은 성대골에서 처음 생겼지요. 이제 다른 지자체들도 따라 하기 시작했어요. 슈퍼마켙뿐만 아니라 다양한 에너지 실험들이 이어지고 있죠. 마을공동체가 활성화 된 성북구에선 성대골보다 규모 면에서나 내용 면에서 더 적극적입니다. 그런 면에선, 동작구 차원에서 좀 더 통 큰 행보를 이어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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